2011년 부활절 메시지
부활하신 예수님과 함께 사랑의 문화를!
사랑하는 형제 자매님들,
부활하신 예수님의 은총이 늘 함께 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예수님께서 사랑으로 미움을, 빛으로 어두움을, 생명으로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셨습니다. 우리도 매일의 삶에서 많은 고난과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예수님과 함께 부활할 수 있습니다.
1. 우리의 삶이 매우 고달픕니다. 오르는 물가와 전세값 폭등, 젊은이들의 높은 실업율 등으로 어려운 이들이 더 어려워지는 현실입니다. 구제역 발생으로 살아있는 소와 돼지를 대량 살처분한 후의 심각한 정신적 후유증과 침출수 문제로 농민들의 어려움이 매우 큽니다. 또한 정부 정책의 혼선으로 지역 간의 대립이 위험 수위에 달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또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곳곳에서 놀랄만한 많은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이웃 나라인 일본의 지진과 쓰나미, 원자력 발전소에서 발생하기 시작한 방사능 방출의 위험은 땅과 바다와 공기를 오염시켜 지구의 인류 전체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집트의 민주화 운동으로 시작한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민주화 시위와 폭동, 리비아의 내전으로 많은 사람들의 생명이 매우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집단적인 어두움” 또는 “문화적인 어두움”으로 표현하고 있음에 공감합니다. 많은 부정적인 사건들과 악한 행동들이 조직적이고 체계적이며 그 규모가 국제적일 때도 있습니다. 전쟁과 테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지역, 세대 간의 단절과 분리로 서로 간에 소통이 되지 않습니다. 황금만능과 쾌락주의, 인터넷을 통한 전문적이고 이기적인 방법으로 인간의 귀한 생명을 거스르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시대가 깊은 어두움의 밤을 지나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한 마디로 어두움의 문화, 죽음의 문화, 미움의 문화가 팽배합니다. 이제 더 이상 희망이 없어 보이고, 이웃과 더불어서 함께 평화롭게 산다는 것이 불가능한 것처럼 보입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은 실현할 수 없는 유토피아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듯 보입니다.
2. 우리의 구세주이신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실 때에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마태 27,46)라고 울부짖으셨습니다. 예수님께 희망을 두고 있었던 이들에게도 이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죽음이 생명을, 어두움이 빛을, 미움이 사랑을 이기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성경은 “낮 열두 시부터 어둠이 온 땅에 덮여 오후 세 시까지 계속되었다.”(마태 27,45)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세상이 어두움으로 가득하여 어떤 희망도 없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셨습니다. 죽은 모든 이의 무덤은 시간과 함께 살은 썩고 뼈만 남게 됩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무덤은 텅 비었습니다.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빛으로, 사랑으로, 생명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승리하셨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아무리 어둡고 메마르고 각박하다 하여도 우리는 부활하신 예수님과 함께 승리할 수 있습니다. 밤이 깊을수록 새벽이 가까워 옵니다. 우리는 부활의 삶을 살면서 부활의 문화가 우리 교회 공동체 안에 가득하도록 하여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은 사람이 되시고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의 삶을 구체적인 일상의 삶으로 증거하여 생명과 부활의 문화를 건설하는 사람들입니다.
3. 예수님께 희망을 걸었던 제자들이 예수님께서 사형 선고를 받아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후에 부활하셨다는 소식을 듣고도 이를 받아들이지 못해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엠마오를 향하여 걷고 있을 때에 일어난 사건입니다(루카 24,13-35 참조).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엠마오의 제자들과 함께 걸어가시면서 “그리스도는 그러한 고난을 겪고서 자기의 영광 속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 그리고 이어서 모세와 모든 예언자로부터 시작하여 성경 전체에 걸쳐 당신에 관한 기록들을 그들에게 설명”해 주셨을 때에 그들은 새롭게 모든 것을 깨달았습니다. 예수님께서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그들에게 나누어 주셨을 때에 제자들은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습니다. 제자들은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라고 말합니다. 엠마오의 제자들은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예수님 부활을 선포하는 증인이 됩니다.
우리 모두는 부활하신 예수님 안에서 죽음에서 생명을, 탓에서 용서를, 분열 안에서 일치를, 상처 안에서 영광을, 사람 안에서 하느님을, 하느님 안에서 인간을, 내 안에서 예수님을 볼 수 있는 부활의 눈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부활의 모든 힘을 가지시기를 기도합니다.
4. 아프리카 남수단의 톤즈 마을에서 사셨던 이태석 신부님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는 대한민국 국민을 울린 감동적인 이야기였습니다. 자신의 종교, 직업, 지위, 세대를 넘어서 모든 이를 감동시켰습니다. 톤즈라는 작은 마을에서 보잘 것 없는 이웃을 향한 조건 없는 사랑의 행위를 보면서 우리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도록 만들었습니다. 이태석 신부님의 울지마 톤즈에서 보였던 우리들의 눈물은 일본의 지진과 쓰나미로 겪는 고통을 함께 나누기 위하여 성금과 필요한 물자를 나누는 아름다움으로 승화되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좋지 않은 과거의 기억이 남아있는 나라입니다. 과거를 잊고 어려움에 처한 일본의 형제들을 위해 기도하고 돕고 사랑하여, 일본 사람들이 이번 “천재지변”을 잘 극복하고, 우리나라와도 더 가까운 나라가 되는, 은혜로운 기회로 만드는 것도 매우 아름다운 일입니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님들,
부활하신 예수님의 사랑 안에서 이웃을 더 많이 사랑하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희망을 주는 부활의 증인이 되도록 합시다. 부활한 삶을 살 때에 우리는 부활을 증거하는 증인이 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요한 20,9)
2011년 4월 24일 예수 부활 대축일에
천주교 대전교구장 주교 유 흥 식 라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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