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승천 대축일 메시지
일치의 성모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사랑하는 형제자매님들,
좋으신 하느님께서 성모 마리아를 하늘로 불러올리신 성모승천 대축일을 맞아 여러분과 가정, 하시는 일에 주님의 은총이 풍성하게 내리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성모 마리아께서 하늘로 올림을 받으신 축일에 우리나라는 해방과 광복을 맞이하였습니다. 성모님께서 우리 겨레에 베푸시는 크신 사랑을 실감하면서 성모님께 감사드리고, 또 성모님의 신앙과 사랑을 본받겠다고 다짐하였으면 좋겠습니다.
1. 루카 복음사가는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방문(1,26-56)한 사실을 감동적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대천사 가브리엘을 요셉이라는 청년과 약혼한 마리아라는 처녀를 찾아가게 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마리아에 대한 새로운 계획을 대천사 가브리엘을 통하여 요청하십니다. 가브리엘 대천사는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1,28) 라고 마리아에게 인사합니다. 마리아는 이 말에 몹시 놀랐고, 이 인사말이 무슨 뜻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합니다. 이런 마리아의 모습을 보고 가브리엘 대천사가 다시 마리아에게 말합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1,30-31) 대천사의 말에 당황한 마리아가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1,34) 하고 천사에게 말합니다. 그러자 대천사가 마리아에게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이다.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그 늙은 나이에도 아들을 잉태하였다. 아이를 못 낳는 여자라고 불리던 그가 임신한 지 여섯 달이 되었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1,35-37) 라고 말합니다. 대천사의 말을 듣고 마리아는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1,38) 라고 대답하십니다. 마리아의 “네” 라는 대답으로 구약에서 예언되고 준비되었던 구세주께서 마리아의 태중에 우리와 똑같은 인간의 모습을 취하시게 되었습니다. 마리아께서 하셨던 것처럼 하느님의 놀라운 계획을 알아보고, 하느님의 뜻에 “네” 하고 대답하는 것이 참된 그리스도인의 삶입니다.
인간은 빈손으로 세상에 태어나고, 빈손으로 하느님께로 돌아갑니다. 죽음을 통하여 하느님을 직접 만나 뵈올 때에 하느님께서는 세상에서의 덕(德)만을 계산해 주십니다. 인간이 가진 모든 것은 이웃을 사랑하고, 이웃에게 봉사하도록 하느님께서 주셨습니다. 그러므로 나의 재물, 시간, 재능, 경험 등의 모든 것은 내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웃을 사랑하고 봉사하는데 사용해야 합니다. 특별히 나 자신을 하느님 앞에 놓고 하느님 중심으로 생각하고 결정해야 합니다. 우리는 계획을 세워 모든 일들을 실행에 옮기지만, 그 일을 실천에 옮기면서 “하느님께서 원하시면...” 하고 하느님의 뜻을 끊임없이 물어야 합니다. 마리아께서 최고의 계획을 세웠었지만, 가브리엘 대천사의 말을 듣고 자신에 대한 새로운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신 것처럼 살아야 합니다.
2. 인도 뉴델리에 있는 간디의 무덤 입구에는 간디가 예언하였던 ‘일곱 가지의 사회악’이라는 글이 돌에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흔히 ‘국가가 멸망할 때 나타나는 일곱 가지의 사회악’으로도 불리는 그 내용은 “원칙 없는 정치, 노동 없는 부(富), 양심 없는 쾌락, 인격 없는 교육, 도덕 없는 상업, 인간성 없는 과학, 희생 없는 종교”입니다.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을 너무 잘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씁쓸하고 답답해져 옵니다.
우리 각자가 말하는 행복하다는 표현은 하느님과 깊은 친교를 느끼고, 가까운 사람들은 물론이고, 만나는 사람들과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을 때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고 이웃과 좋은 관계를 맺으며 사는 것은 중요합니다.
우리의 하느님은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의 하느님이십니다. 성부, 성자, 성령께서는 늘 서로 통하는 사랑의 관계를 이루고 계시는 공동체의 하느님, 친교의 하느님, 관계의 하느님이십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모상을 닮은 인간도 이웃과 공동체 안에서 친교적인 관계를 이루며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리스도인은 나 혼자 하느님께 나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이웃과 더불어 공동체를 이루고, 교회를 이루면서 하느님께 나아갑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하늘의 성삼위적 삶을 보여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을 떠나시기 전에 “내가 너희에게 새 계명을 준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요한 13,34-35) 라는 “새 계명”을 주셨습니다. 또한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직접 가르쳐 주신 유일한 기도인 “주의 기도”(우리 아버지)를 주셨습니다. 하느님이 우리 모두의 아버지이시므로, 우리 모두는 형제자매들입니다. 형제자매들은 한 아버지를 모시고 서로 사랑하고 도와주며 지냅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는 예수님 탄생 2000년을 감사하며 기념하는 대희년을 끝내시면서 ⌜새천년기⌟라는 교서를 통하여 새로 시작한 천년대를 교회가 살아야 할 길로 제시하셨습니다. 교황님께서는 “교회를 친교의 원천이며 친교의 학교로 만드는 것, 이것이야말로 막 시작된 천년기에 우리가 당면한 큰 과제입니다.”(43항) 라고 가르치십니다.
그러므로 교회의 모든 구조나 조직은 물론이고, 교회의 모든 활동은 궁극적으로 하느님과 더 가까워지고, 사람들 사이에 더 가까워지는 결과를 가져와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은 형제를 사랑하면서 하느님께 가장 빠른 지름길로 나아갑니다.
3. 우리 대전교구는 “말씀을 증거하는 삶으로 친교의 교회 건설”이라는 5년 동안의 장기적 사목방향을 설정하였고, 금년에는 “말씀을 증거하는 본당 공동체를 건설합시다!” 라는 목표를 세우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소공동체 건설을 위하여 지난해에 시작한 봉사자 양성 교육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말씀을 중심으로 서로의 복음적인 삶을 나눌 때에 이웃과의 친교가 자라면서 공동체를 이루게 됩니다. 또한 금년부터 시작한 순교영성교육을 통하여 장한 선조들의 신앙과 삶을 본받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대전교구의 관할지역인 충청도는 가톨릭교회 역사 안에서 수많은 순교자를 배출했고, 나라를 위한 위인들이 많이 나오셨습니다. 현재 지리적으로도 우리나라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대전교구는 이런 보석과도 같은 아름다운 유산을 많이 받았습니다. 우리의 장한 순교자들은 언제나 우리가 비춰볼 수 있는 거울입니다. 그분들이 지니셨던 마음을 오늘의 구체적인 현실에 적용하며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는 물질만능과 세속주의의 팽창 등으로 하느님의 자녀로 살기에 매우 어려운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복음을 중심으로 참된 친교의 공동체를 이룩하는데 최선을 다해야만 합니다. 말씀을 살고, 말씀이 중심이 되는 교회 공동체를 꾸미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럴 때에 우리가 속한 본당 공동체는 “말씀을 증거하는 본당 공동체”로 변화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님들,
주교인 저를 포함해서 모든 신부님들과 우리 교구 하느님 백성 모두가 서로 사랑하고 신뢰하며, 이웃을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주는 친교의 분위기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이렇게 서로 사랑하는 분위기를 만들면 성령께서 늘 우리와 함께 하시면서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길로 우리를 인도하시리라 확신합니다.
성모 마리아께서 하느님께 드리는 온전한 신뢰를 통하여 인류를 구원하신 구세주의 어머니가 되셨듯이,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도 성모님을 닮은 모습으로 이 사회를 구원하는데 앞장서도록 합시다.
하늘로 올림을 받으신 성모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하늘로 올림을 받으신 성모 마리아님, 우리나라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10년 8월 15일 성모승천 대축일에
천주교 대전교구장 주교 유 흥 식 라자로
Copyright(c) 2016 천주교대전교구 Catholic Diocese of Daeje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