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부활절 메시지
부활하신 예수님을 증거합시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지난 사순동안 주님께서 걸으신 수난의 길을 깊이 묵상하고 동참하려는 결심으로 희생과 기도를 봉헌해 왔습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를 사랑하시어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신 주님의 부활을 더 없이 기쁜 마음으로 맞이합니다. 이러한 주님 부활의 기쁜 소식은 사도로부터 전해오는 우리 그리스도교 신앙의 중심이며 그 생명입니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부활 성야에 선포되는 7개의 구약 말씀을 통해, 세상을 창조하시고 구원하시는 하느님께서 한결같은 사랑으로 우리를 부르셨음을 일러줍니다. 그 부름은 당신을 닮은 모습으로 인간을 창조하시어, 당신 대신에 이 세상을 다스리게 하신 것에서 시작됩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을 택하시어 믿음의 조상으로 삼아주시며 그의 믿음을 굳게 해주시려고 그 외아들을 바치도록 시험하시고, 장차 우리를 위해 당신의 외아들을 주실 예표로 삼으셨습니다. 그리고 아브라함에게 약속하신대로 그의 자손은 커다란 민족을 이루고 땅을 차지하여 살도록 출애굽의 놀라운 역사를 일으키셨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은 약속의 땅 가나안에서 하느님의 말씀에 충실하지 못했습니다. 이스라엘이 하느님의 말씀에 온전히 순명하지 못하고 넘어지는 긴 역사는 이스라엘만의 역사가 아닙니다. 그것은 곧 인간 스스로의 힘으로 구원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역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예언자들을 보내 우리를 구원하실 것이고, 그분의 뜻에 순종하여 살도록 당신의 영을 주시겠다는 약속을 하셨습니다.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구원경륜은 예수님의 십자가에서 그 절정을 이룹니다. 우리를 살리시고, 당신 약속을 지키시고자 하느님의 어린양이자 말씀이신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오셔서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순종하며 십자가상에서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의 길이 아버지 하느님의 뜻을 이루시는 길임을 말씀하셨습니다. 부활절을 맞이하면서, 우리는 주 예수님께서 수난의 길에서 아버지의 뜻을 이루셨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도 십자가의 길을 걷도록 부름 받고 있음을 새겨보아야 합니다.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매일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루가 9,23).
최근 몇 년 간 계속되는 경제적인 어려움이 IMF 사태 때보다 더 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인내와 슬기로움이 절실한 이 시기에 교회는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이 신앙인의 삶에서 다시 한번 실현되기를 촉구합니다. 각계각층의 지도자들이 정의롭고 투명하고 정직하기를 간절히 호소하며, 아직 부유함이 허락된 이들이 어려운 이웃을 위하여 사랑의 나눔에 나서기를 호소합니다. 그리스도인들 모두가 주님께서 우리 죄를 대신하여 고통을 지시고,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셨음을 기억하기를 호소합니다. 주님을 따르는 그리스도인들은 자신의 고통뿐만 아니라 이웃의 잘못으로 인한 고통 역시 그분의 십자가에 동참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이 어려운 시기를 은총의 때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을 내어주는 사랑의 실천과정 안에서 만나게 되는 고통은 하느님 안에서 이루어지는 고통이기에 결코 무의미한 고통이 아닙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위해 고통을 기꺼이 지시고 부활하셨듯이 삶의 어려움을 사랑과 정의로 극복해 갈 때, 우리 역시 부활의 기쁨을 진정으로 체험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 힘과 지혜를 모아 멀지 않은 미래에 사회적 여건이 호전되고 정신적인 큰 풍요로움을 누리게 되기를 소망하며 용기를 가집시다.
그리스도인이 마음에 두어야 할 사항은 아버지의 뜻에 온전히 순종함으로써 부활에 이르신 예수님의 가르침입니다. 우리 주님께서는 “나는 내 뜻을 이루려고 하늘에서 내려온 것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이루려고 왔다.”(요한 6,38)는 말씀을 자주 하시고 마지막 십자가 위에서 숨을 거두시기 전 “이제 다 이루었다.”(요한 19,30)고 하셨습니다. 우리도 주님의 가르침을 본받아 모든 일에서 주님의 뜻을 따라 이기심과 부정직함을 정화시켜 주님 부활의 참뜻을 깨닫고 체험하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예수님께서 공생활 시작에 세상의 달콤함으로 다가오는 악마의 유혹을 하느님의 말씀으로 물리치셨듯이, 그분을 따르는 그리스도인들은 세속적인 가치와 유혹에 자신을 넘겨주거나 안위를 위하여 세상과 타협하지 말아야합니다.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잘 알고 계시고, 좋을 것도 우리보다 더 잘 알고 계심을 믿어야 합니다. “너희는 무엇을 먹고 무엇을 마시며 살아갈까 또 몸에는 무엇을 걸칠까 하고 걱정하지 말아라...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는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것을 알고 계신다...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하느님께서 의롭게 여기시는 것을 구하여라. 그러면 이 모든 것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마태 6,25-34)는 주님의 말씀을 굳게 믿으며, 세상 안에 살면서도 이미 하느님 나라를 맛보는 참된 신앙인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요한 8,12)라고 선언하신 주님께서 십자가의 길을 통해 부활의 길을 밝혀주셨습니다. 십자가는 아버지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는 길이고, 자신의 안위를 위한 거짓과 부정을 벗어버리는 길이며, 이웃과 자신의 생명을 존중하는 삶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이 세상에서 영광과 안락을 구하는 것 이상의 삶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며 때로는 그것들을 포기하면서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누리는 사람입니다. 세상이 주는 물질위주의 행복보다 사랑과 정의의 실천을 통해 더한 기쁨을 누릴 수 있음을 보여줄 때 우리는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됩니다.
물질주의적인 경향이 강해질수록 사람들은 보다 많은 것을 소유하는 데서 행복을 누리려고 합니다. 우리 사회에 이런 어두운 징표들이 흔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많이 가질수록 오히려 갈증을 더하며 이웃조차 경쟁상대로 인식하며 서로 사랑할 수 없게 만듭니다. 이런 경향이 일정한 도를 넘게 되면 더 많이 갖는 것이 목적이 되어 범죄의 유혹을 쉽게 받을 뿐 아니라 그 방법도 더 잔인해집니다. 그리고 그 경쟁에서 크게 뒤쳐졌다고 느껴질 때 삶을 포기하는 일도 가능해집니다. 당장의 편안함을 위해서 새 생명을 쉽게 떼어버리기도 합니다. 그리스도인의 사명은 죽음의 문화가 지배하는 현대사회를 사랑과 섬김 그리고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곳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세상적 유혹을 물리치고 나와 이웃의 고통을 신앙의 힘으로 품어 안고 하느님의 뜻을 순종하는 삶을 통해 주님의 복음이 세상에 스며들도록 하는 것입니다.
오늘 부활성야의 복음에서 무덤을 찾는 여인들이 천사들로부터 예수님의 부활 소식을 듣는 것을 보았습니다. 주님의 부활을 듣고 보았던 무덤은 오늘 우리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는 곳이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 바로 오늘 당신 사랑을 주고 싶어 하시는 곳, 그분을 만날 수 있는 곳, 오늘 그곳을 찾아 나섭시다. 그곳은 고통 받는 이웃, 우리의 관심과 사랑을 통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삶의 위로를 나누는 이웃이 있는 곳입니다. 주님께 생명과 부활을 선물 받은 우리는 바로 ‘지금 이 곳에서’ 세상을 사랑하시어 강생하시고, 순명으로 십자가상에서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주님을 체험합니다.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알렐루야!
2005년 3월 27일 예수 부활 대축일에
천주교 대전교구 부교구장
주교 유 흥 식 (라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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