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 : 40716
  • 글쓴이 : 관리자
  • 작성일 : 201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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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종 125위 단상(42) - 고독마저 감미롭게 : 김세박(암브로시오), 안군심(리카르도)

한국천주교회 역사에 있어서 1802년부터 1836년까지 30여 년은 참 고독한 기간이었다. 1801년의 신유박해로 많은 신자들이 죽거나 유배를 갔고, 살아있는 신자들도 더 이상 동네에는 살 수 없어 뿔뿔이 흩어져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부 한 명도, 특별한 지도자도 없는 상황에서 20년, 30년을 변치 않고 살아가는 신앙인들이 계속 있었다.

김세박(암브로시오)은 한양에서 출생하였다. 그는 어린이들에게 교리를 가르치고, 식생활을 절제하고 금욕생활을 하였으며, 한밤중에 일어나
기도하는 것도 잊지 않는 분이었다. 마치 오늘날 봉쇄수도원에 사는 수도자들의 삶을 보는 듯하다. 1827년 경상도에서 살고 있던 그는 박해가 일어나 더 이상 피할 길이 없다고 판단되자 안동 관아로 가서 자수하였다. 그는 대구로 이송되어 옥살이를 계속하는 동안 음식 먹는 것을 거절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가족들이 감옥으로 음식을 가져다주는 것이 관례였고 그럴 가족이 없는 사람에게는 아주 적은 양의 음식이 공급되었다. 김세박은 그것이 인근의 가난한 주민들에게 거둔 세금으로부터 온다는 것을 알고는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한동안 음식을 끊어버렸다. 이로 인해 몸이 허약해져 1828년 12월 3일 대구옥에서 67세의 나이로 숨을 거두었다.

충청도 보령에서 태어난 안군심(리카르도)은 명랑한 사람으로 애덕을 실천하고 다른 사람에게 교리를 가르치는 것을 낙으로 삼았다. 언젠가
그는 관가로 끌려간 적이 있는데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관장이“너는 어찌 사악한 종교(천주교)를 믿었느냐?”고 물었고, 안군심은“나는 결코 사악한 종교를 믿지 않았습니다.”고 대답하였더니 관장은 두 번 묻지 않고 풀어줬다. 천주교는‘사악한 종교’가 아니므로 자신은 그런 종교를 믿은 바가 없다고 대답한 것인데 그것을 배교한 것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군심은 늘 마음이 편치 않아 언젠가 기회가 오면 아주 명확하게 신앙을 고백하기로 결심하였다. 아주 오랜 세월이 흘러
1827년이 되어서야 그 기회가 왔다. 그는 관장 앞에서 자신이 믿는 바를 확실히 고백한 후에 8년 더 옥살이를 하다가 대구 감옥에서 61세의
나이로 숨을 거두었다.

이분들의 삶을 보며 예전에“○○과 함께라면 고독마저 감미롭다.”라는 초콜릿 광고를 떠올려 본다. 두 분은 오랜 세월 고독한 삶 속에서도 자신을 감미롭게 해주는 분을 끝까지 알아 공경하다가 그분의 품으로 갔다.

글 : 김정환 신부·내포교회사연구소장 (2012년 10월 21일자 대전주보 : 제216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