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 : 40715
  • 글쓴이 : 관리자
  • 작성일 : 201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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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종 125위 단상(41) - 이경언(바오로) - 착하게 살자

이경언(바오로)은 한양의 유명한 학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의 후손이어서 최고의 품위를 가진 집안이었으나 천주교
신앙을 갖고 나서 모든 것이 사라졌다. 그가 9살 때인 1801년 일어난 신유박해로 형 이경도(가롤로)와 이순이(루갈다)가 순교하면서 집안에서조차 버림을 받았다. 이후 그는 과부인 어머니와 형수를 책임지며 궁핍한 삶을 살았다.

궁핍한 삶이 그의 신앙을 꺾어 놓지는 못했다. 교회 서적들을 베끼고 상본을 그려 팔아 얻는 적은 수입에도 불구하고 조선에 새로운 신부를 영입하려는 운동에 적극 참여하였고, 명도회(明道會)의 일원으로서 신자들에게 교리를 가르치며 지도자의 역할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는 잘 알려진 지도자여서 1827년 전라도에서 박해가 일어났을 때 신자들의 입을 통해 그의 이름이 계속 거론되자 체포되어 전주로 이송 되었다. 그는 이것을 아주 영광스럽게 생각하였는데 누나 이순이(루갈다)가 전주 감옥에 갇혀 있다가 순교하였기에 자신도 그 뒤를 따를 수 있는 기회가 왔기 때문이다. 그는 여러 차례 받은 고문의 상처로 1827년 6월 27일 35세의 나이로 옥에서 생을 마감하여 누나의 뒤를 따랐다.

이경언은 감옥에 있는 동안 식구와 동료 신자들에게 두 통의 편지를 남겼는데 자녀들에게는 다음과 같이 썼다.

“내 아들과 딸아, 주님의 은총으로 나는 너희들의 아비가 되었구나. 그러나 내 죄가 막중하여 이 도리를 다하지 못하고, 심지어는 너희가 철이 들기도 전에 이렇게 내 생의 끈이 끊어지게 되는구나. 너희에게 유산으로 덕(德)도 부(富)도 남겨주지 못한 채 다만 두 마디만 남기겠다. 하느님의 뜻을 충실하게 따르고 어머니께 효의 도리를 다하는데 힘을 쏟도록 하여라. 모든 사람들을 상냥하게 사랑으로 대하고, 너희가 이 세상에서 잘못된 길로 들어서지 않는다면 너희는 당연히 천국에 오를 것이다.”

요즘 ‘착한’이라는 말이 참 흔하게 쓰인다.‘착한 가격’, ‘착한 품질’, ‘착한 소비’, ‘착한 몸매’. 그런데 막상 자녀들에게는 착하게 살라고 가르치지는 않는다.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물건만 착하고 사람은 착하지 않다.

글 : 김정환 신부·내포교회사연구소장 (2012년 10월 14일자 대전주보 : 제216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