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 : 14931
  • 글쓴이 : 박근수
  • 작성일 : 2008/05/20
  • 조회수 : 2,123

대전교구 60주년 도보성지순례 여섯번째여정(덕산~ 해미성지)

60주년 도보성지순례 여섯 번째 여정 (덕산에서 해미까지)

덕산고을은 하느님의 종 강완숙(골롬바)를 비롯하여 신앙의 선조들이 천주라는 이름 때문에 하나 밖에 없는 목숨을 바친 순교의 산실이었다.

강완숙(골롬바)은 덕산고을에 살 때 천주를 알게 되고, 신앙 때문에 남편으로부터 쫓겨나서 서울로 이주하여 의붓아들과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 박해시대에 위험을 감수하면서 주문모 신부님을 자신 집에 몰래 모시고 복음전파에 온 정성을 쏜고 붙잡혀 순교를 하였다.

정산필(베도로)은 회장으로써 주문모신부님을 도와서 전교활동에 앞장서다가 붙잡혀 덕산관아(현 덕산초등학교 터)에서 순교하셨다.

덕산지역은 신앙의 선조들이 순교하면서 주님의 길을 닦았던 신앙의 보금자리이다.

해미는 덕산지역의 신앙의 선조들이 끌려가서 순교의 월계관을 받은 곳이다.

오늘 순례 길에서는 박해시대에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서 순교의 길을 걸었던 순교자들의 발자국을 따라 가면서 그 분들의 숨결을 느껴 보고 싶다.
또한 주님을 향하여 걸어가고 있는 나의 발자국을 뒤돌아보기로 하였다.

9:20 순례 준비
준비운동과 기도
주교님 말씀 (루르드성모님의 중개로 죄를 짓지 않겠다는 다짐)
9:35 충의사 떠나 순례를 시작
10:30 압송로 입구 도착
큰길을 버리고 압송로를 따라서 한티고개를 향하여 순례하였다.
마지막 민가를 지나 한티고개까지는 가파른 길이었다.
옛날의 오솔길은 사라지고 잘 닦은 길이 나오자 옛 정취에 젖은 순례자
는 아쉬움을 남기었다.
오늘 순례자들을 위해서 길을 닦았다고 한다.

덕산고을에서 신앙의 선조들이 이 고개를 넘어서 순교로 주님의 길을 닦
았기에 오늘 편안하게 순례자할 수 있지 않은가?

물질이 지배하는 혼돈의 시대에 나는 주님의 길을 어떻게 닦아 가고 있는
가?

이 길을 걸으면서 한 순례자는 길가의 수영을 먹으면서 갈증을 해소하고
있었다.

고개 밑에서 흐르는 한줄기 물을 보고서 타는 목을 축이었다.
육신의 타는 목마름은 물로 해소할 수 있는데
영혼의 타는 목마름을 위하여 나는 어디로 향하고 있냐?
세상 속에서 방황하며 헤매고 있는가?
아니면 주님 품으로 달려가고 있냐? 묵상하였다.

주님 감사합니다.
당신을 알기에, 주님이 함께하시기에, 당신 품에 달려가 고단함을 내려
놓고 평온한 휴식을 취할 수 있으니 참 다행입니다.

11:00 한티고개 정상
동쪽 산 아래 덕산고을 바라보았다.

신앙의 선조들은 끌려가면서 이곳에서 많은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 눈물의 의미는 무엇일까?
순교로써 하느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기쁨의 눈물이었을까?
아니면 잠시 지나가는 세상에 대한 미련이 남아 배교의 유혹 때문에 흘
리는 통회의 눈물일까?

한티고개에서 한숨 돌리고 고개를 내려섰다.
우거진 숲길이 보이자 순례자들이 기뻐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천상낙원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평탄한길, 산들바람, 뜨거운 태양을 가려주는 숲길, 그리고 태평동형제님
부부가 나누어 주신 방울 토마토는 지금까지의 고단함과 갈증이 한 순간
에 사라지게 하는 만나였다.

주님께 감사기도를 드리고 14처를 지나면서 십자가의 길을 묵상하고 간단
히 기도를 바치면서 순례하니 금상첨화였다. 토마토 나누어 주신 형제님
감사합니다.

주님! 천상낙원을 미천한 저에게 보여주심에 감사드립니다.


11:30 대왕석재 도착
점심식사시간 - 육개장, 김치, 오이 양파
더위에 지쳐서 그런지 밥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반찬을 보니 이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서 자매님들이 몇날 며칠의 고생을 생각하니까 남길 수가
없었다. 오이, 양파가 새콤하니 입맛을 돌게 하였다.
그래서 남기지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빈 그릇을 분리수거 봉지에 버리는데 음식 쓰레기가 쌓이기 시작하였다.
수고하신 자매님들이 속상해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마음이 무거웠다.

한 끼 100원 운동

12:20 대왕석재 출발
길가에 피어난 아카시아 꽃의 그윽한 향기가 순례자들을 환영한다.
계절의 여왕 오월의 순례길에 주변의 들꽃들이 자신들만의 아름다음을 뽐
내며 반갑게 인사를 한다.
이 들꽃처럼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주님만을 위해서 목숨을 바친 무명 순
교자들.......

12:50 산수리
저수지를 끼고 순례하는데 뜨거운 태양을 잠시 피하면서 바람이 불어오니
시원함이 마음 속 깊이 밀려왔다. 수녀님들의 고운소리가 산들바람들과 함
께 들려왔다.
이 때 오늘 독서 말씀이 떠올랐다.
“같은 입에서 찬미와 저주가 나오는 것입니다”야고3,10
나의 3치 혀는 주님을 찬미한 무게와 남들을 저주한 무게를 저울질 하니
저주의 무게쪽의 저울 축이 내려가네!

주님! 이 죄인을 불쌍히 여기시어
죽음의 순간에도 당신을 찬미한 순교자들을 본받아
당신의 모습대로 창조한 사람들의 좋은 점을 보고 칭찬만 하게 하소서!

13:40 해미읍성 도착
순교자들의 숨결이 배어 있는 회화나무 앞에서 간단한 기도를 바치고,
빵과 물을 받아들고 나무그늘 아래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였다.

14:20 읍성을 출발
서문을 나가기 전에 십자가를 통과하는 예식
잡혀 온 신앙선조들에게 서문 밖에 놓여 있는 십자가을 밟으면 배교로 간주
하여 석방, 그냥 지나가면 죽음
그러나 신앙선조들은 이 십자가를 건너뛰는 것도 죄스러워 우회하여 지나가
서 순교를 선택하였다.

때로는 이방인들 앞에서 성호경을 제대로 긋지 못하는 내 모습이 순교자들
과 주님 앞에서 부끄러웠다.

14:45 여숫골 생매장터 도착
15:00 고해성사
15:25 미사
이 압송로는 죽음의 길, 피난의길, 사목의 길이었다.
강론 (백성수 시몬 신부님)
크든 작든 순교들과 함께 수고하셨습니다. 이 수고는 오늘 도보의 수고를 말합니다.
이제 진정 수고를 해야 합니다. 순례여정의 수고를 말합니다.
신앙인은 나그네 순례의 삶입니다.
예수님이 그렇게 살았습니다. 제자들을 파견하면서 아무것도 지니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나그네 여정을 어떻게 걸어가는가 하는 몸과 마음가짐 입니다. 내일 걱정을 하지 말고 오늘에 충실해야합니다.
진정한 순례는 내일이 없다. 신앙은 오늘의 문제이다. 지금 하는 것이다. 오늘에 충실한 모범자는 누구인가? 이곳의 순교자들이다. 오늘 주는 것이 내 신앙이다. 우리 신앙은 포장된 신앙이 아닌지?
은총은 그날그날 것만 주는 것이다.

16:35 성체조배
소 성당에서 주님 앞에서 조용히 하루를 정리하였다.
몸은 무겁지만 마음은 편하고 주님 앞에서 영원히 머무르고 싶다.
이 행복을 계속 누리고 싶다. 그러나 떠나야 한다.
16:45 해미성지 떠나
17:10 충의사에 도착하여 오늘의 순례를 마쳤다.

“그렇구 말구, 기쁜 마음으로 내 목숨을 주님께 바치는 거야”
해미지역 첫 순교자 하느님의 종 인언민 마르티노의 마지막 말씀

주님! 당신이 맡겨준 일들을 기쁨 마음으로 행하도록 도와주소서.

주님! 순례 여정 속의 내 발자국이 당신을 향하는 길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이끌어 주심에 감사합니다.

오늘도 이 순례 길에 당신께서 동행하시어 당신을 느끼고,
무명 순교자들의 숨결을 통하여 눈을 열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이천 팔년 오월 십구일 배방산 아래 사는 박근수 모이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