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부활 

1958년에 브라쎌에서 열린 세계 박람회에서 “쏘련”관과 “바티칸”관 만이 죽음에 대한 인간의 투쟁을 다루고 있었다 합니다. 

다른 나라들은 이 문제에 대해 함구무언했습니다. 아무도 죽음을 시사함으로 진보와 찬란한 기술적 발전을 다투어 자랑하려는 축제의 기분을 망치려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죽음은 인생항로에 있어 하나의 엄연한 사실이며 아무리 고도로 발달한 의학이나 기술도 이 죽음 앞에서는 무색한 것이기에 인간의 지혜와 기술을 자랑하는 마당에서 죽음을 끄집어내는 것은 하나의 무모한 짓이라 생각됩니다. 

“쏘련”의 작품은 소위 자본주의적 횡포의 희생물로 사형선고를 받은 세 명의 도전적인 노동자들을 새긴 동상으로, “죽음보다 강한 것”이란 제호가 붙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세 노동자는 죽음 앞에 서서 무엇을 어찌하겠다는 말입니까? 죽음으로 모든 것이 끝나 버린다는 허무감과 좌절감 밖에는 더 불러일으키는 것이 없습니다. 산 사람들을 충동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러나 이 산 사람들도 급기야는 죽고 말 것입니다. 세속적 휴머니즘은 죽음 앞에서는 절망적인 파탄만을 노출시키며 이를 악물고 허무로 치달아야 하는 인간의 어쩔 수 없는 슬픈 운명을 말해줄 뿐입니다.  

대조적으로 “바티칸”의 작품의 피할 수 없는 인간 운명 즉 죽음의 상징인 널과 그 널 위에 늠름히 서 있는 부활하신 구세주의 동상이었습니다. 이 작품에는 참말로 죽음의 정복이 있는 것이고, “죽음보다 더 강한 것”이란 제호를 붙일 수 있는 것입니다. 

구세주께서는 죽은 후에 영광스럽게 부활하셨을 뿐 아니라 그를 믿는 모든 사람들도 또한 죽음을 거쳐 그의 부활의 생명 안으로 들어가게 됨을 힘 있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리스도교적 휴머니즘은 세상을 지배하기 위한 인간 공동체의 기술적 진보를 적극 고무하고 있을 뿐 아니라 모든 것의 끝장으로만 나타나는 죽음까지를 정복할 수 있는 희망을 주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부활 

오는 4월 22일은 전 세계 모든 크리스챤들이 주님의 영광스런 부활을 마음껏 축하하는 날입니다. 그리스도교 역사와 전통은 사도들과 복음사가들이 진술한 대로 예수께서는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묻히셨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셨음을 여러 가지 고증을 통해 입증하고 있습니다. 이 예수님의 부활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변혁이 아닐 수 없으며 바로 그리스도교 신앙의 원리가 되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죽음으로 모든 것이 끝장난다고 생각하므로 허무하고 비통하기만 했던 인생의 새로운 희망과 희열을 담뿍 안겨주는 신비입니다. 그러기에 예수님께서는 “나는 부활이며 생명이니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겠고 또 살아서 믿는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입니다.”(요한 11,23)라고 말씀하셨고 요한 사도는 “때가 오면 죽은 이들이 하느님의 음성을 들을 것이며, 그 음성을 들은 이들은 살아나게 될 것입니다.”(요한 5,25) “우리는 죽음에서 벗어나 생명에로 옮겨졌습니다.”(1요한 3,14)라고 확언하십니다. 

바오로 사도께서도 “여러분은 그리스도의 세례를 받았을 때에는 그리스도와 함께 묻혔고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났습니다. 그리스도를 죽음으로부터 다시 살리신 하느님의 그 능력을 여러분이 믿었기 때문입니다.”(골로 2,12) 그렇다면 “우리가 물려받은 새 생명은 바로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생명입니다.”(에베 2,5이하 참조) 라고 덧붙이십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만남 

예수께서 부활하신 후 많은 제자들에게 개별적으로 또는 그들이 같이 모여 있는 곳에 나타나시어 그들을 위로하시고 격려하셨으며 급기야는 그들에게 사명을 주신 것입니다.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습니다. 그러므로 당신들은 가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내 제자로 삼아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그들에게 세례를 베풀고 내가 당신들에게 명한 모든 것을 지키도록 가르치시오. 나는 세상 끝날 까지 항상 당신들과 함께 있겠습니다.”(마태 28,18-20)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이 말씀은 우리를 끝까지 보살피시며 구원하시겠다는 뜻입니다. “예수는 우리의 죄 때문에 죽으셨다가 우리를 하느님과의 올바른 관계에 놓아 주시기 위해서 다시 살아나신 분이십니다.”(로마 4,55) 하신 바오로 사도의 말씀같이 그분은 죽으신 다음 하늘에 오르시어 당신이 준비하신 교회를 세우고 교회와 같이 계실 성신을 보내셨습니다. 즉 예수님의 죽음, 부활, 승천, 성신을 보내심, 교회설립 이 모든 것이 빠스카의 신비입니다. 한마디로 예수님은 부활하심으로 당신의 모든 구원행동과 업적을 영원화하시고 성신을 교회를 통해 각 시대 각 사람에게 같은 구원의 행동과 업적을 내리어 주심으로 당신을 믿는 사람을 구원하시고 각 사람 안에 생활하시는 것입니다. 이 구원행동과 업적은 오늘날 교회 안에 전례와 성사로 구현되고 있습니다. 교황 비오 12세는 “하느님의 중재자” 회칙에서 전례를 “예수 그리스도의 사제직의 지속”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이 정의는 영광 받으신 그리스도와의 생생한 접촉으로 이끄는 전례의 특별한 기능과 의의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성세성사를 통해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 속으로 뛰어들며, 고백성사를 통해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접촉하게 되고, 혼인성사를 통해 그의 축복을 받으며, 병자성사를 통해 그의 방문과 위로를 받고, 신품성사를 통해 그의 사명을 받는 것 등등입니다.
   
부활하여 현존하시는 예수님 

부활하신 그리스도는 성체성사를 통해 우리 가운데 사시며 우리와 결합하십니다. 최후 만찬에서 제자들과 함께 빵을 나누시면서 세우신 성체성사는 당신의 부활을 앞당기신 것으로 그리스도의 현존이 영원히 지속한다는 것을 표시합니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십자가 상 제사를 영원히 지속시키며, 우리는 미사를 통해 성체를 받아 모심으로 우리를 위해 수고수난하시고 죽으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한 몸이 되어 하느님의 영원한 상속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 신자생활 신비의 극치이며 사랑하는 우리 형제들이 이번 부활을 기해 이 극치를 몸소 깊이 체험하고 충만한 은총을 받아 아직 이 신비를 모르는 많은 형제들에게 나누어 주게 되기를 비는 마음 간절합니다.

          <대전주보> 제70호(1973년 4월 22일), 2~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