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 : 54730
  • 글쓴이 : 관리자
  • 작성일 : 2018/08/13
  • 조회수 : 926

[메시지] 2018년 성모 승천 대축일 메시지

2018년 성모 승천 대축일 메시지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루카 1,47)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기록적인 무더위를 힘겹게 보내며, 인간의 나약함과 죄의 열매를 깊이 돌아봅니다. 점점 힘들어지는 경제 상황이 우리 마음에 큰 그림자를 드리운 현실에서 성모님의 도움과 사랑을 청하며, 하느님께 불러 올림을 받으신 ‘성모 승천 대축일’을 기쁜 마음으로 맞이합시다.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위로와 희망의 표지를 마음에 새기며, 힘든 시기를 지혜롭게 헤쳐 갑시다.
 
현대에 신앙인으로 살아가기는 그 어느 때보다 힘듭니다. 과학기술 만능주의가 부지불식간에 우리 사고에 침투되었고, 기계화로 인한 산업구조와 더불어 우리 삶도 재편성되는 전환기에 놓여 있습니다. 합리적이고 계산적인 사고는 초월의 신비가 들어설 자리를 없애고, 보편적인 인간애와 공동선의 가치를 한낱 이상으로 내모는 현실입니다. 각 나라가 노골적으로 내세우는 자국 중심적인 배타성과 이기성의 열기에 약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와 연민의 자리가 줄어드는 형국입니다. 이 모든 사태는 나와 동떨어진 어느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신앙인을 향한 강력한 도전이며 시험대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진솔한 성찰과 깊은 기도만이 화려하고 번잡한 현실에 매몰되지 않고, 하느님의 손길 안에 진정한 신앙인으로서 살아가도록 우리를 이끌어줄 것입니다. 특별히 성모님의 승천을 기리는 오늘, 우리가 직면한 어려움을 모두 성모님을 통해 봉헌하며, 신앙의 신비를 체험하고, 증거하는 신앙인으로 거듭나도록 함께 은총을 청합시다.

성모님께서 보여주신 신앙은 인간이 지닐 수 있는 최대한의 결단과 용기를 보여줍니다. 성모님의 승천은 신앙의 은총과 힘의 기원이 하느님께 있고, 하느님께서 우리의 모든 눈물과 아픔을 눈동자처럼 지켜보신다는 약속을 드러냅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엘리사벳과 성모님의 대화는 그런 신앙고백이 어떻게 공명을 이루며 우리를 하느님께로 가까이 이끄는지 보여줍니다. 신앙인의 응답은 말로 고백되고 삶으로 증거됩니다. 이 둘은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은총입니다. 신앙의 은총이 우리를 증거의 자리로 이끌기 때문입니다. 신앙인으로서 세상의 흐름에 편승하지 않는 삶을 살아갈 때 마주하게 되는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는 힘도 이 은총에서 주어집니다. 물질적 성공만을 추구하는 시대에 미래에 대한 불안함마저 오롯이 하느님께 내어 맡기며, 그분의 자리를 비워드리는 용기도 이 은총의 또 다른 선물입니다. 이 은총이 우리를 성덕으로 이끌고 세상을 적극적으로 품으며, 세상 안에서 그리스도와 함께 살아가는 신비로 초대합니다.

신앙의 진리는 우리 힘과 의지로 획득하거나 성취할 수 있는 대상이 결코 아닙니다. 거저 주어진 이 은총이 신비의 세계로 우리를 이끌어 줍니다. 또한 이 은총은 오늘 우리 교회와 사회가 눈감기 바쁜 어둠을 조용히 비추어줍니다. 우리나라의 산업발전을 위하고, 한국인과 결혼하여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이주민들이 한국 교회와 사회 안에서 아무런 차별 없이 활동할 수 없는 현실은 참으로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또한 태아의 생명권과 사형제 폐지 및 난민에 대한 배려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계속해야 하는 그리스도인들의 사명입니다. 신앙의 신비는 보이는 세계를 매우 적극적으로 포용하지만, 아직 어둠이 있는 한 그에 맞설 수밖에 없습니다. 사랑의 신비와 희망의 은총은 보이지 않는 것을,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희망하고 사랑하는 가운데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루카 1,45) 성모님의 신앙과 우리에게 구원의 약속을 확인하여 주신(루카 1,46-48 참고) 하느님의 신비를 깊이 묵상하며, 성모님처럼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루카 1,47)를 체험해 갑시다. 다시 한번 신앙의 참 의미와 신비를 우리 안에 되새기며, 오늘 우리 한반도의 교회에 주어진 역사적이며 세계적인 평화의 과제를 함께 성찰합시다. 특별히 아직 진행 중인 교구 시노드가 한국 교회에 주어진 과제를 모범적으로 증거하는 사목의 예를 담아낼 수 있도록 많은 기도와 응원을 계속 보태주시길 여러분께 청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최근 발표하신 세 번째 권고 “기뻐하고 즐거워하라”를 통해 ‘성덕’의 소명은 모두에게 해당함을 강조하셨습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성인과 복자들뿐 아니라 평범한 이웃인 “옆집의 성인들”의 모범을 통해서 성령의 열매, 곧 성덕의 모습을 갖추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우리는 늘 깨어 기도하며, 유혹을 물리칠 수 있도록 성령께 여쭙고, 그분께 자신을 내어 맡기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이 권고를 통하여 매우 구체적으로 어떻게 성덕을 향한 여정이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 여정이 우리를 더욱 활기차고 인간답게 만드는지 보여주십니다. “기뻐하고 즐거워하라”를 읽고 삶에 옮기면서 성덕으로 전진하는 기쁘고 즐거운 일상의 삶이 되길 기원합니다.

“평화의 주님, 한반도와 한국교회에 자비와 평화를 주소서!
어둠과 갈등의 시대에 우리를 신앙의 증거자로 이끌어주소서. 한국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우리를 정화시켜주시고, 밝혀주시며 당신께로 이끌어주소서. 하늘에 올림을 받으신 복되신 성모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2018년 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에
천주교 대전교구장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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