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 : 54238
  • 글쓴이 : 관리자
  • 작성일 : 2018/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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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2018년 주님 부활 대축일 교구장 주교님 메시지

‘2018년 주님 부활 대축일 메시지

 

“그분께서는 백성에게 선포하고 증언하라고 우리에게 분부하셨습니다.”(사도10,42)

사랑하는 대전교구 형제자매 여러분,
예수님께서 죽음을 이기고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부활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정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마리아 막달레나는 제자들에게 달려가 예수님의 시신이 사라졌다고 말합니다.(요한 20,2 참조) 놀란 베드로와 다른 제자가 무덤으로 들어가 아마포와 수건이 따로 한곳에 개켜져 있는 모습을 보고 예수님께서 다시 살아나셨다는 사실을 믿습니다.(요한 20,6-8 참조) 이들은 예수님께서 사랑하시던 제자였습니다. 이들은 예수님의 기적과 복음 선포를 곁에서 지켜보았으며,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시고 사흗날에 다시 살아나시리라는 말씀을 직접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빈 무덤을 보고서야 예수님의 삶과 가르침, 죽음의 의미를 새로이 깨닫고 그분이 누구신지를 알게 됩니다. 특히 베드로는 예수님을 세 번 부정했던 제자였지만 이제는 두려움 없이 복음을 선포하는 중심의 자리에 섭니다.

죽음을 이기신 예수님의 부활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신 영원한 생명에 대한 약속입니다. 이 약속은 삶의 의미를 바라보게 하는 창입니다. 부활신앙의 창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참사랑의 눈이 열립니다. 이 사랑의 눈이 악으로 가득한 듯 보이는 세상 한가운데에서도 “희망이 없어도 희망”(로마 4,18)하게 합니다. 또한 하느님의 나라와 뜻을 지금 여기에 실현하려는 열망이 우리 마음을 가득 채우게 합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권세 가득한 인간적 성공의 삶을 사시다가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섬김과 나눔의 모범을 보이셨으며 오직 하느님의 이름과 뜻을 위하여 모든 것을 비우는 삶을 사셨습니다. 당시 사회가 중요하게 여기던 가치들을 뒤흔드는 예수님의 삶이 십자가 죽음으로 이어졌습니다. 바로 이 점이 그리스도교인의 삶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인 부활은 하느님이 온전히 주님이심을 고백하며 우리가 그 앞에 겸손하게 무릎 꿇는 신앙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여러분은 이미 죽었다.”(콜로 3,3)고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그리스도교인은 자신을 비우고 죽임으로써, 우리 삶의 모든 순간을 주관하시는 하느님께서 온전히 드러나시기를 소망하는 사람입니다. 그리스도인은 끊임없는 기도와 절제로 순결과 진실의 누룩을 만들고 자신을 매일 새롭게 빚어지는 빵(1코린 5,6 참조)으로 세상에 봉헌하는 사람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 모두를 택하셔서 세상에 복음을 선포하는 임무를 주셨습니다.(사도10,42 참조) 이는 교회의 원천적 소명인 선교와 복음화입니다. 그리스도교가 전하는 복음과 희망은 십자가에 매달리고 돌아가셨다가 마침내 부활하신 하느님의 약속입니다. 인간이 가진 두려움과 욕망을 거두며 참 희망으로 악을 선으로 바꾸시는 하느님에 대한 신앙이 바로 선교의 시작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예수님께서 참으로 주님이심을 고백하고, 예수님을 따라 섬김과 나눔의 삶을 살며 골고타 언덕을 함께 올라가는 사람입니다. 우리의 십자가 행렬은 세상 사람들을 멈추어 서게 하고 되돌아보게 하며 마침내, 복음에 마음을 열도록 초대한다는 믿음에서 출발합니다. 행렬의 마지막에 우리를 통해 우리와 함께 활동하시는 하느님께서 온전히 드러나시는 부활을 바라봅니다. 마침내 하느님께서 모든 진리와 정의의 기준이 되실 때 ‘지금 여기’에 진정한 평화와 선이 실현되리라 믿기 때문입니다.

교회가 이러한 비움과 죽음의 의미를 망각할 때, 죄로 가득 찬 모습이 드러납니다.이천 년 교회의 역사에서 숱한 어둠의 장면이 이를 명백하게 증명합니다. 그러나 타락한 교회를 떠나지 않고 하느님의 손길에 온전히 자신을 맡기며, 교회 쇄신의 십자가를 묵묵히 짊어진 사람들에 의해 성숙을 체험하며 오늘의 교회에 이르렀습니다. 점점 짙어가는 어둠이 모두를 절망과 두려움에 빠트리는 상황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사상과 정치라는 겉옷으로 가려졌던 야만과 폭력의 본질이 드러납니다. 배려와 포용보다는 배척과 자국 이기주의가 세계사를 지배하는 양상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시작은 나약하지만 결코 꺼질 수 없는 희망의 불꽃’을 보았습니다. 자신에게 닥칠 위험과 불이익을 감수하고 공동선을 위해 정화의 촛불을 든 양심이 그 희망입니다. 이같은 희망의 불빛이 교회의 부끄러운 모습의 일부를 드러냈고, 교회는 사회와 신자들에게 고개를 숙였습니다. 단 하나의 행위에 국한된 사죄가 아닌, 원천적인 변화를 통해 교회다운 교회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약속이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금년 부활은 한국 천주교회에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지위와 권력을 이용하여 인격에 상처를 주었거나 그로 인해 누군가 교회를 떠나게 했던 모든 죄를 반성합니다. 겸손하게 살겠다는 약속을 잊고 섬기기보다 섬김을 받으려 했던 우리 삶을 반성합니다. 부서지고 낮추인 마음을 낮추 아니 보시는 우리 주님, 부활하신 주님의 용서와 자비를 청하며 참다운 변화를 이루어가겠습니다. 또한 묻히고 외면 받던 우리 내면의 소리를 시노드를 통해 외치고, 시노드를 통해 함께 반성하면서 변화를 모색하여 늘 쇄신하는 대전교구가 되도록 우리 함께 노력해 갑시다!

사랑하는 대전교구 자매형제 여러분,
예수님께서 악과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셨습니다. 이 부활이 죄인인 우리가 이기심과 두려움을 이기고 주님께 다시 나아가는 희망의 원천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이 모든 순간 우리 삶의 주인이 되시기를 기원하며,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매일 죽고 다시 태어나는 은총을 가득 받으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우리의 희망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의 은총이 여러분과 가정에 함께하시길 빕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2018년 4월 1일 주님 부활 대축일에


천주교대전교구장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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