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 : 53286
  • 글쓴이 : 관리자
  • 작성일 : 2017/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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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2017년 성모 승천 대축일 메시지

2017년 성모 승천 대축일 메시지

“이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하리니”(루카 1,48)


주님 안에 사랑하는 형제자매님들,
오늘은 ‘성모 승천 대축일’이며 광복 72돌을 맞는 날입니다. 성모 승천 대축일에는 예수님을 통한 구세사의 시작점인 성모님이 하느님 안에 누리는 영광을 되새깁니다. 이날은 교회와 온 인류가 바라보는 궁극적 희망이 실현됨을 보여주며, 같은 피와 살을 지니신(히브 2,14; 갈라 4,4) 그리스도께서 가족으로 삼아주신 모든 이가 마침내 충만한 영광을 누림을 확인하는 축일입니다. 이러한 성모님 영광의 출발점에는 하느님의 구원계획에 온전히 순종하고, 그 약속을 믿은 절대적 의탁이 놓여 있습니다. 삶 전체를 통하여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길 갈망하며 헌신적으로, 묵묵히 구원의 협조자로서 가난한 이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신 성모님의 모범을 기억합니다.

광복절과 일치하는 성모 승천 대축일이기에 교회는 한국 사회를 향한 하느님 구원의 역사를 돌아봅니다. 전쟁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민족상잔의 비극과 분단의 아픔을 떠안은 우리 역사를 바라봅니다. 아직도 식민지배로 무참히 짓밟힌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고통이 온전히 치유되지 않은 채 우리에게 남아 있습니다. 교회는 생동하는 역사 한가운데 현존하시며 활동하시는 하느님의 구원에 동참하도록 초대받았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상처를 동여매며 눈물을 닦아주시고, 모든 인류가 형제자매의 사랑을 나눌 수 있도록 불러주시는 하느님의 자비를 세상에 증거해야 합니다. 진정한 반성과 참회, 용서하고 화해하는 노력만이 인류 역사의 진보와 발전을 약속하며 상처를 치유할 수 있습니다.  

광복 이후의 분단을 가져온 힘은 여전히 우리 삶의 현재와 미래에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한반도의 평화가 그들의 입김에 달려 있는 것 같은 형국입니다. 한반도를 둘러싼 관련국들은 자국의 이익을 계산하면서 전쟁이 나면 희생될 무수한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죄의식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야만과 광기의 폭주는 분명한 악의 세력입니다. 한반도의 평화는 인류 전체와 미래 세대의 진정한 발전과 도약의 출발점입니다. 교회는 한반도를 둘러싼 죽음의 세력에 맞서 평화와 생명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자비와 평화를 구하는 기도를 바치며 평화를 지켜내야 하겠습니다.

우리 사회는 어떻습니까? 선한 일을 뒤덮는 잔인한 범죄들과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며 약자의 권리를 짓밟는 일이 아직도 일어납니다. 우리 청년들은 소소한 일상의 꿈을 잃어 가고 일자리 압박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주변의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불감증과 무관심이 자살을 부추기고 분노를 자극합니다. 인간에 대한 신뢰와 희망을 앗아가는 일이 많이 벌어집니다. 인간과 윤리의 가치를 존중하기보다 경제적 이익과 나만의 성공을 추구하는 삶의 결과입니다.
이처럼 참회와 구원을 필요로 하는 현실에서 교회가 깨어 일어나 하느님의 사랑과 생명의 가치를 증거해야 합니다. 이는 작은 일에서 시작됩니다. 나만을 위한 눈앞의 이익에 휘둘리지 않고, 양심과 선의 명령에 따라 선택하고 행동하는 변화가 일어나야 합니다. 이웃과 미래 세대를 마음에 담고, 하느님의 구원과 창조사업에 동참해야 합니다. 창조하신 세계의 모든 피조물이 지닌 본연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수호하려는 마음으로 모든 사물과 인간 안에 깃든 하느님을 보아야 합니다. 물질만능주의와 이기주의의 우상에서 돌아서서 예수님께서 가르치시고 보여주신 참 빛과 진리를 따라 길을 나서야 합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마음에 품고, 우리 안에 머무시며 우리를 통해 세상을 구원하시는 손길에 우리를 비워드려야 합니다. 오직 성령만이 생명과 진리의 선택을 가능하게 합니다. 성모님의 모범을 따라 구원사업에 초대해주시는 하느님의 손길에 온전히 의탁하며, 오직 약속에 희망을 걸고 악한 현실이 우리에게 건네는 모든 유혹과 두려움을 이겨내야 합니다. 이러한 모습으로 살아갈 때,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큰일을 하심을 보게 될 것입니다. 거룩하고 자비로우시며,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을 통해 권능을 떨치시며 교만한 자들을 흩으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시는 하느님의 크신 사랑 안에 머물게 될 것입니다. 이때, 세상은 우리 안에 활동하시는 구원의 하느님을 따라 사신 성모님과 우리를 보며 행복하다 일컫고(루카 1,48 참조), 우리 세대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는 성령을 따라 생명과 진리를 선택하는 삶의 빛으로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형제자매님들,
우리 교구는 참으로 큰 은총을 받은 교회입니다. 진리를 찾아 나선 길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한 이들의 순교로 세워진 교회입니다. 우리는 구체적인 역사에 개입하신 하느님의 구원을 목격한 증인입니다. 또한, 우리 교구는 과학과 행정 분야에서 대한민국을 선도하는 지역입니다. 동시에 도시와 농촌의 격차 및 이주 노동자와 농민의 아픔을 겪고 있는 곳입니다. 한국 사회의 발전을 가름할 사회문제와 인력이 집중된 교구입니다. 성령의 인도 하에 당면한 문제를 통해 하느님께 나아갈 중요한 시점에 우리는 서 있습니다. 이는 우리 교구의 고민과 선택이 한국 교회와 사회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구 하느님 백성의 지체들이 함께 모여 지혜와 능력을 주시는 하느님의 손길을 따라 교회의 미래를 시노드를 통해 계속 준비해 갑시다. 시노드의 장에서 서로 끝까지 참아 들어주며, 서로를 위해 많은 기도와 관심 그리고 동참을 다시 호소합니다.

“평화의 주님, 한반도와 한국 사회에 자비를 베푸소서!
오직 하느님의 이름이 길이 빛나시며 평화와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하느님 나라가 ‘여기 이 땅에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생명을 살리시고 모두를 사랑하시는 당신의 구원이 한반도와 한국 사회에서 이루어지게 하소서. 악의 세력으로부터 저희를 지켜주시고, 모든 유혹으로부터 세계 정치지도자들을 지켜주소서. 저희가 참된 평화를 누리도록 이끌어 주소서!

하늘에 올림을 받은 지극히 복되신 동정 마리아님, 불쌍한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2017년 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에
천주교 대전교구장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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